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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캠프를 알아볼 때만 해도 제 마음은 꽤 명확했습니다.
‘한 달 동안 영어를 쓰다 보면 눈에 띄게 늘겠지.’
‘원어민처럼 자연스럽게 말할 수 있으면 좋겠다.’
아이에게 새로운 세상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도 있었지만,
솔직히 말하면 영어 실력이 쑥쑥 자라 돌아오기를 바라는 기대가 가장 컸습니다.
호주, 미국, 말레이시아 등 여러 해외 캠프를 알아보다가 결국 선택한 곳은 CIA 영어캠프였습니다.
어린아이를 홀로 보내는 엄마에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역시 안전이었기 때문입니다.
비행기로 4시간 남짓이면 갈 수 있고, 혹시라도 무슨 일이 생기면 마음먹고 달려갈 수 있는 거리라는 점이 큰 위안이 되었습니다.
아이를 처음 해외 캠프에 보내는 부모라면 이런 현실적인 부분을 무시하기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출국 날짜가 다가올수록 단단했던 마음은 조금씩 흔들리기 시작했습니다.
‘영어를 잘하고 오면 좋겠다’던 기대는 어느새 뒤로 밀려나고, 오직 하나의 마음만 남았습니다.
‘영어는 나중에 해도 되니까, 그저 건강하게… 무사히 돌아와 줘.’
하루 이틀도 아닌 한 달을 떨어져 지내야 한다는 사실은 엄마인 저에게 생각보다 훨씬 크고 무거운 일이었습니다.
‘빨래는 제때 할 수 있을까?’ ‘밥은 거르지 않을까?’ ‘엄마 아빠 없이 혼자 잠드는 밤에 울지는 않을까?’
요즘처럼 예측하기 어려운 일이 많은 세상에서 출발 직전에는 ‘그냥 보내지 말까?’ 하는 생각까지 몇 번이고 들었습니다.
결국 떠나는 아이의 손을 잡고 제가 해줄 수 있는 말은 하나뿐이었습니다.
“영어는 못 해도 괜찮아. 건강하게, 무사히만 다녀와.” 그렇게 걱정과 눈물 속에 저의 긴 한 달이 시작되었습니다.
군대 간 자식을 기다리는 마음으로 써 내려간 편지
아이를 보내고 나니 저에게도 매일 새로운 숙제가 시작되었습니다.
바로 ‘일일 메일 쓰기’였습니다.
처음 며칠은 묻고 싶은 말이 너무 많았습니다.
“오늘 밥은 뭐 나왔어?” “친구는 많이 사귀었어?” “오늘은 뭐 했어?”
그런데 답장 없는 편지를 매일 쓰다 보니 얼마 지나지 않아 소재가 고갈되더군요.
딸에게는 캠프 일정이 과제였다면, 저에게는 매일 밤 써 내려가는 작문 숙제였습니다.
혹시나 엄마 편지가 없어 아이가 서운하거나 외롭지는 않을까 싶어 단 하루도 거르지 않고 마음을 적었습니다.
캠프에서 아이가 어떻게 지내는지 직접 볼 수 없는 만큼, 매일 편지를 보내는 일이 제가 할 수 있는 작은 응원이기도 했습니다.
군대 간 자식에게 편지를 보내는 엄마의 마음이 아마 이런 것이겠지요.
일주일 만에 들려온 울음소리, 그리고 반전
그렇게 애타게 기다리던 일주일째 되던 날, 드디어 첫 전화가 왔습니다.
수화기 너머로 들려온 딸아이의 첫마디는 이랬습니다.
“엄마… 여기 애들 다 울어… 엄마 보고 싶어…” 말을 잇지 못하고
울먹이는 아이의 목소리에 제 마음도 순간 덜컥 내려앉았습니다.
너무 걱정되어 얼굴이라도 보려고 급히 영상통화를 연결했습니다.
그런데 화면에 비친 장난스러운 필터 속 제 얼굴을 보더니 아이가 피식 웃음을 터뜨리더군요.
인터넷이 느려 전화가 몇 번이나 끊기고 다시 연결되는 사이, 울먹이던 조금 전 모습은 온데간데없었습니다.
오히려 아이가 저를 달래기 시작했습니다.
일주일 만에 받은 휴대폰으로 정해진 시간 안에 유튜브도 봐야 하니 이제 그만 끊자는 것이었습니다.
“엄마, 이제 끊어요! 시간 금방 가니까 걱정하지 마!” 어라?
엄마가 보고 싶다고 울던 아이가 불과 몇 분 만에 오히려 엄마를 안심시키고 있었습니다.
그 모습에 피식 웃음이 나오면서도, 낯선 환경에 조금씩 적응해 가는 아이의 모습이 느껴져 비로소 마음이 차분해졌습니다.
처음에는 힘들어하더라도 일정한 생활과 친구들,
선생님들과의 관계 속에서 아이가 스스로 적응해 가는 과정이 있다는 것을 그때 조금은 믿게 되었습니다.
영어 실력보다 더 눈부신 변화
사실 한 달이 지나 돌아온 아이가 영어를 순식간에 술술 쏟아내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단기간의 캠프만으로 영어 실력이 완전히 달라진다고 기대하는 것도 현실적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엄마인 제 눈에는 영어 실력보다 훨씬 더 눈부신 변화가 보였습니다.
아이는 부모라는 울타리가 없는 낯선 세상에서 스스로 한 달을 살아냈습니다.
외로움과 불편함을 견디고,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며 자신의 힘으로 힘든 순간들을 건너온 것입니다.
가기 전만 해도 “내가 왜 가야 해!” 라며 소리를 지르고 떼를 쓰던 아이였습니다.
그런 아이가 돌아오는 날 피식 웃으며 던진 한마디가 아직도 기억에 남습니다.
“엄마, 나 이제 겨우 적응할 만하니까 한국 돌아갈 시간이네.”
어이가 없어 웃음이 터지면서도, 가슴 한구석이 뭉클했습니다.
영어에 대한 태도도 달라졌습니다.
이전에는 영어를 귀찮아하고 억지로 해야 하는 공부처럼 느끼던 아이가
이제는 일상 속에서
문득 “엄마, 이 단어 스펠링 알아?” “이것도 알아!” 하며 눈을 반짝입니다.
단순히 단어 몇 개를 더 외워온 것보다 값진 것은,
‘영어가 세상과 소통하는 통로’라는 것을 스스로 경험했다는 사실입니다.
낯선 사람에게 인사를 건네고, 새로운 친구를 사귀고, 내 마음을 표현하는 도구가 영어라는 것을 직접 경험한 것입니다.
물론 캠프 한 번으로 영어가 완성되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영어를 실제 상황에서 사용해 보고, 틀리더라도 말해 보는 경험은 아이에게 분명한 동기가 되어 주었습니다.
엄마가 백 번 말하는 것보다 아이가 직접 부딪히며 얻은 한 번의 경험이 아이의 세상을 훨씬 넓혀주었습니다.
외롭지 않게 서로를 품어준 좋은 인연들
이번 캠프를 통해 가장 감사했던 건 단연 ‘사람’이었습니다.
한국에 돌아온 지금도 아이는 캠프에서 만난 친구들과 연락을 주고받습니다.
한 달 동안 함께 생활하며 서로 의지했던 시간이 있었기에, 캠프가 끝난 뒤에도 인연이 이어지는 모습이 보기 좋았습니다.
특히 한국 음식이 그리울 때 자신의 김치와 참치를 기꺼이 나누어 주었다던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가슴이 참 뭉클했습니다.
아이들도 아껴 먹고 싶었을 텐데, 그런 따뜻한 마음을 나누어 받았다는 사실이 엄마로서 얼마나 고맙고 든든했는지 모릅니다.
‘아, 우리 아이가 혼자가 아니었구나. 좋은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사랑받고 있었구나.’
아이에게는 영어 수업만큼이나 함께 생활하는 친구들과 선생님이 중요합니다.
그런 점에서 이번 캠프에서 좋은 친구들과 선생님을 만났다는 것은 큰 행운이었습니다.
서로 의지하며 지낸 경험 자체가 아이에게는 오래 기억에 남을 소중한 시간이 되었습니다.
“엄마, 나 CIA 또 갈래!”
결코 적지 않은 비용이기에 캠프가 끝난 후에는 다음 겨울에는 다른 경험을 해볼까 고민도 했습니다.
그래서 슬쩍 아이에게 물었습니다. “다음에는 다른 캠프 가볼까?” 그런데 아이는 망설임 없이 대답했습니다.
“싫어. 나 CIA 또 갈래!”
그렇게 저희는 이번 겨울 캠프도 CIA로 결정했습니다.
가기 싫다고 눈물짓던 아이가 이제는 벌써 겨울 캠프 장기자랑을 준비하겠다며 춤 연습까지 하고 있습니다.
참 사람 마음이란 알다가도 모를 일입니다.
가기 전엔 엄마가 걱정으로 밤을 새우고, 첫 통화에서는 딸이 울고,
며칠 뒤에는 딸이 엄마를 안심시키고, 다녀와서는 “또 가겠다”고 합니다.
결국 가장 겁이 많고 걱정이 많았던 건 저 자신이었나 봅니다.
아이의 만족도는 부모가 캠프를 판단할 때 중요한 기준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힘들었던 기억만 남았다면 다시 가고 싶다는 말이 나오기 어려웠을 텐데,
아이가 스스로 다시 가고 싶다고 말한 것은 그만큼 캠프 생활에서 즐거움과 의미를 찾았다는 뜻으로 느껴졌습니다.
처음엔 ‘영어’였지만, 끝에는 ‘자신감’이었습니다
돌이켜보면 처음 이 캠프를 선택할 때 제가 원했던 건 단순한 영어 실력 향상이었습니다.
하지만 한 달 뒤 제 품으로 돌아온 아이가 손에 쥐고 있던 건 영어 실력 그 이상이었습니다.
낯선 곳에 혼자 서보는 용기. 새로운 인연을 품는 따뜻함. 어려운 순간을 스스로 넘어서는 힘. 그리고 ‘나도 해냈다’는 단단한 자신감.
“엄마, 다시 그때로 돌아가도 나는 또 갈 거야.”
아이가 남긴 이 한마디는 제가 아이를 믿어주지 못했던 순간들에 대한 가장 아름다운 답장이었습니다.
아이에게는 스스로 해낼 수 있는 힘이 있다는 것을,
그리고 부모는 때로 한 걸음 물러서서 조용히 믿어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CIA 영어캠프를 고민하는 분들께 꼭 말씀드리고 싶은 점도 바로 이것입니다.
단기간에 영어 실력이 극적으로 달라지기를 기대하기보다는,
아이가 영어를 실제로 사용해 보고 낯선 환경에서 생활하며 한층 독립적으로 성장하는 경험을 기대한다면 의미 있는 선택이 될 수 있습니다.
특히 처음 아이를 해외 캠프에 보내는 부모라면 거리와 생활 관리, 아이의 적응 과정이 걱정될 수밖에 없습니다.
저 역시 그랬습니다.
하지만 아이가 캠프 생활에 적응하고, 친구들과 관계를 만들고, 스스로 일상을 해내는 모습을 보면서 ‘보내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걱정으로 시작한 한 달이었지만, 지금은 오히려 제게 용기를 준 딸아이에게 고마운 마음뿐입니다.
이번 겨울, 두 번째 떠나는 길은 처음보다 조금 더 여유로운 마음으로 배웅해 보려 합니다.
물론… 매일 쓸 편지 소재는 미리 열심히 준비해 두어야겠지요.
한 달 동안 아이를 부모의 마음으로 세심하게 살펴주신 CIA 영어캠프 관계자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낯선 타국에서 서로의 체온이 되어준 소중한 친구들에게도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가기 싫다며 울던 아이를 다시 꿈꾸게 만든 곳. 이번 겨울에는 영어도 한 뼘, 아이의 마음도 한 뼘 더 자라 돌아오기를 기대합니다.
엄마는 이번에도 문득문득 걱정하겠지만, 이제는 너의 단단한 힘을 믿어볼게.
잘 다녀와, 내 딸.
그리고 이번 겨울도 잘 부탁해, CIA!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