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한국에볼루션 전 일본의 인기 만화 ‘드래곤볼’의 원작자인 토리야마 아키라의 부고를 접했다. 생을 비관한 자살이라거나 예기치 못한 불의의 사고사는 아니라 가슴을 쓸어내렸으나, 1955년생으로 아직 일흔이 채 되지 않은 나이에 지병으로 생을 마감했다는 것은 퍽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한때 내 어린 시절 부모님이 안 계셔 텅 빈 집 대신 이웃해 있던 친척집에 놀러가 30권까지 있던 ‘드래곤볼’ 만화책을 읽던 것이, 친구도 얼마 없던 나의 낙이었다. 그런 그의 삶을 추모하기에 오늘 이야기할 영화 ;은 별로 적절치 않지만 애니메이션 채널에서나 방영되는 ‘드래곤볼 극장판’을 가지고 얘기하는 것은 아무래도 좀 그렇고, 기왕 디즈니플러스를 구독한 김에 볼 수 있는 영화 얘기를 하는 게 나한테도 편하고. 한국에볼루션 그래서 봤는데, 역시 그 명성은 허언이 아니었던 것 같다.주윤발+주성치의 조합은그냥 그랬다내 기억에는 웹툰 ‘마린블루스’였던 것 같다. 만화 ‘드래곤볼’이 실사 영화로 제작된다는 소식을 언론매체가 아니라 ‘마린블루스’로 접하고, 거기서 주성치의 이름도 발견했다. 주성치가 영화 ;의 감독을 맡는다는 소식을 들은 성게군이 화들짝 놀라면서 드래곤볼 등장인물들이 노래를 부르고 그 노래에 맞춰 춤을 추는 모습을 상상하는 장면이 있었는데, 내 머릿속에 그려지는 장면과 너무나 똑같아서 나도 덩달아 충격을 받았던 바 있다. 감독이 아닌 제작으로 2선에 물러난 것을 알게 된 성게군은 다소 실망(?)을 감추지 않았는데, 한참이나 지난 옛날 얘기고 지금은 마린블루스 사이트마저도 사라졌지만 아직도 또렷하게 기억하는 건 주성치라는 이름과 마린블루스라는 웹툰이 가진 막강한 힘 때문이 한국에볼루션 아니었을까 싶다.아무튼 영화는 이 소식으로부터 큰 변경 없이 착착 제작이 진행돼 완성됐다. 성게군이 실망한 대로(?) 하면 자연스럽게 주성치를 연상하는.이 영화에는 주윤발도 나온다. 홍콩에서 전설을 작성한 중화권 최고의 스타 중 하나로 반중감정이 최고조에 달한 우리나라에서도 지금까지 ‘따거’ 대접을 맞는 정말 몇 안 되는 배우인데, 할리우드로 건너가면서부터는 괄목할 필모그래피를 생산하지는 못했고 ;과 뭐가 다른가 싶을 정도다.사실 주윤발은 ;까지 이어진 것이다. 주성치가 제작자로 나설 게 아니라 주윤발 대신 무천도사 역할을 맡았다면 그래도 느낌이 좀 다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할리우드에서 의기투합한 두 주씨, 주성치와 주윤발의 불협화음 같은 조합은 그저 그런 결과만 낳은 셈이다.원작의 파괴는어쩔 수 없다 해도항상 얘기하지만 만화나 소설 원작의 한국에볼루션 영화는 스토리의 축약과 등장인물의 변경, 그로 인한 설정의 변형은 프로세스에서 어쩔 수 없이 불가피하다. 프로세스 과정에서 원작 못지않은 결과물을 만들어내면 새로운 파생상품이 되고, 그렇지 못하면 원작파괴라는 비판을 듣게 돼 있다. 그렇다면 할리우드는 ‘드래곤볼’이라는 IP를 가지고 영화를 만들 때 전 세계에 존재하는 드래곤볼 팬들에게서 제기될 수 있는 비판을 감수하겠다는 의지나 자신감을 가지고 ;을 만들었다는 얘기가 된다. 20세기 폭스라는 굴지의 대형 배급사까지 끼고 장사를 하겠다면, 그 목적성이 명확하게 드러나야 한다.그러나 ;과 비슷해 보이는 B 무비인 것이다.기왕 캐릭터 얘기가 나온 김에 영화에 나오는 손오공, 부르마, 치치, 무천도사, 야무치까지 만화와 한번 비교해보라. 원작과 싱크로가 맞는 캐스팅도 아니고 원작 캐릭터들의 단점이 보완된 새로운 한국에볼루션 캐릭터도 아니다. ‘와썹맨’으로 맹활약중인 박준형이 연기한 야무치는 그나마 원작이나 영화나 비슷한 모습인데, 워낙에 원작에서 비중이 공기에 가까운데다 크리링보다 못한 약캐라서 그렇지 야무치가 이 영화에서 특별하게 잘난 게 있는 건 아니다. 심지어 박준형 하면 흔히 떠오르는 그 인토네이션의 영어는 분장조차 뚫고 나와서, 한국사람이라면 누가 봐도 야무치가 아니라 박준형이라고 대번에 알 정도다. 그만큼 이 영화는 디렉팅이 개판이다.액션이나 CG도 수준 이하의 모습이다. 2009년이라는 시대적 배경을 생각할 수는 있겠지만 2009년은 무슨 해인가? 제임스 카메론의 ;의 화면은 오락영화의 요소로서도 기준에 미달하는 화면들만 연속된다. 만화적인 상상력이 구현된 것도 아니고 소위 ‘양키센스’라 불리는 스타일만 남발하고 있으면, 원작을 보지 않은 사람이라도 보면서 많은 회의가 들 것이라는 한국에볼루션 생각이다.아시아 문화를몽땅 뭉뚱그려서;만은 아니지만, 이 영화는 좀 혼날 필요가 있다.아시아계 배우들을 의무적으로 기용한다고 해서 그놈의 정치적 올바름이 실현되는 것이 아니다. 영화에 대한 완성도를 올리기 위해 배우를 분석해서 역할에 맞는 캐스팅을 하는 것이 먼저지, 맞지 않은 옷을 입혀 역할극에 투입시키는 건 아무런 의미가 없다. 그렇다고 해서 ;에 캐스팅된 아시아계 배우들이 주윤발 빼고는 이렇다 할 활약을 선보이는 것도 아니다. 박준형과 주윤발이 출연한 한국과 중화권 등 아시아 일부 지역에서 소기의 흥행을 했다고는 하지만, 그런다고 이런 어설픈 정치적 올바름 실현은 영화의 본질적인 수익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주윤발은 심지어 어떤 행동을 하느냐면, 자신이 수련하고 그 무술의 뿌리가 되는 사원을 찾아가 스님으로 보이는 분과 대화를 한 한국에볼루션 뒤 두 손으로 합장하며 ‘나마스테’라고 말한다. 이 장면에선 정말 아연실색했다. ‘나마스테’가 나올 개연성이 뭐가 있단 말인가? 만화 ‘드래곤볼’은 일본사람인 토리야마 아키라가 명나라 사람 오승은이 쓴 소설 ‘서유기’를 모티브로 해서 그린 일본 만화로, 원작인 서유기가 부처님의 불법을 찾아 왕오천축국, 즉 인도로 떠나는 모험을 그렸다면 만화 ‘드래곤볼’은 중국과 일본의 요소가 짬뽕된 독특한 분위기를 형성하지만 인도의 요소는 없다. 불교의 기원이 인도인 건 맞지만 인도를 구성하는 종교는 힌두교가 압도적이고 나머지는 이슬람일 정도로 불교는 소수종교 수준이며 시크교에서도 밀린다.다 그렇다 쳐도, 심지어 ‘나마스테’라는 말을 사용하는 사원에는 한자가 넘실거리고 피콜로가 드래곤볼을 모아 신룡을 불러내는 곳에서는 외계어나 다름없는 한글까지 발견된다. 서양권에서 알파벳을 공용문자로 사용한답시고 동양권도 그렇겠거니 한국에볼루션 하고 생각 없이 몽땅 끌어다 만들어 놓은 오브제인데, 2009년까지도 할리우드에서 아시아권을 바라보는 뭉뚱그린 시선이 이 정도로 참담한 증거가 되는 것이 ;가 차라리 순수해 보일 지경이다.총평/★1.0영화가 개봉한 2009년은 내가 먹고 사느라 너무 바빴고 영화도 크게 흥행하지 않았던지라 ;의 존재는 아예 몰랐다. 심지어 개봉한 줄도 모르고 있다가 최근에서야 알게 됐고, 왜 망작인지 한번 확인은 해볼 생각이었는데 이런 기회로(?) 보게 될 줄도 몰랐다. 비디오로도 빌려보면서 주제가도 외웠던 그 시절, 그때는 ‘드래곤볼’이 만화로나 애니메이션으로나 정말 “세상에서 제일 유쾌한 기적”이었다. 그러나 이렇게 실사영화로 마주하게 된 그 결과물은 “세상에서 제일 불쾌한 영상”이었으니 아이러니하다. 이 영화로 고인께서 속을 얼마나 끓이셨을지 비로소, 그리고 조금이나마 이해가 되던 한국에볼루션 짤막한 영화 시청의 시간이었다.